의심하는 사람들*
(XIV)
/괴테
그대들은 소테트를 사랑하고 쓴다! 망상에 화 있으라!
저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의 힘은
저를 짝지어 줄 각운을 찾아야 한다
너희 아가씨들아, 믿으라. 뜻만으로는 아무런 힘이 없다
운문으로 묶이지 않고는 마음의 충만은
아직 표현이 안 되는데. 그 충만은 간직되고만 싶어
폭풍과도 같이 모든 현을 퉁기며 지나가다가는,
다시 가라앉다가는, 어둠이 되고 정적이 된다.
왜 너희 자신을, 우리를 괴롭히는가. 가파른 오솔길에서
오로지 걸음 걸음 앞에 짐스러운 돌을.
뒤로 가게 부담 주는 돌을 굴리며, 늘 새롭게 애쓰며?
사랑하는 사람들
반대인걸요, 우리는 바른 길 위에 있는걸요!
가장 굳어진 것을 즐겁게 녹여 내자면
사랑의 불이 세차게 이글이글 타야 하거든요.
* '의심하는 사람들'과 그 아래 '사랑하는 사람들'은 시 제목이 아니고 배역이다.
괴테는 여기서 소네트 형식을 시험적으로 써보고 있는데,
대담하게도, 완결된 한 편의 소네트 형식 안에서 배역 나누기까지 시도하고 있다.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다음 시도 같은 대화체 구성으로
'아가씨', '시인'도 배역에 해당한다.
아가씨
(XV)
나는 짜 맞춘 행들의 진지함을 의심해요!
기꺼이 그대의 음절 유희에 귀 기울이기는 하지만
내 보기엔, 마음과 마음이 정직하게 느끼는 것,
감미로운 친구여, 그걸 갈아 다듬어선 안 되어요.
시인은, 지루하지 않으려고 종종
가장 깊은 마음 바닥을 뒤집어엎곤 하지요
하지만 입은 상처를 식힐 줄도 알아요
마법의 말로 가장 깊은 상처를 고칠 줄 알아요.
시인
보라, 사랑이여. 저기. 불꽃놀이 하는 사람 어떤가?
어떻게 규정에 맞추어 폭발시키는지를, 금방 다 배워
엎치락뒤치락- 똑똑하게 그는 제 구덩이를 판다.
그러나 자연 원소의 힘이 더 강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자신이 폭발해 흩어진다.
모든 그의 재주와 함께 공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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