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커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의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오인태 (0) | 2013.05.03 |
---|---|
모성/박목월 (0) | 2013.05.01 |
두 개의 허물 자루/칼릴 지브란 (0) | 2013.04.24 |
그대 울었지/바이런 (0) | 2013.04.23 |
독수리와 비둘기/괴테 (0) | 2013.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