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머스와 토의의 윤리
/외제니 베글르니
'의사소통 활동'은 참여자들이 내부의 행동 계획을 일치하는 데
동의하고, 사황과 기대한 조건에 대한 합의가 마련될 수 있다는
유일한 조건에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동의할 때 이루어진다...
'상호 이해'의 절차는 합의에서 비롯되고,
합의는 어떤 표현을 내용으로 하며
합리적으로 동기가 유발되는 지지에 의존한다.
그 어떤 조작으로도 상대방에게서 이러한 합의를 끌어낼 수는 없다....
이는 한결같이 공동의 확신에 기반을 둔다.
- 하버머스, <윤리와 의사소통> -
인간 언어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상호주관적이다.
말은 사유하는 주체를 다른 사유하는 주체와 이어주고
그 궁극적인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이 죄종적으로는 행동을 목표로 하는 까닭은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사소통의 두 방향은 규제와 차단의 구속을 받기도 한다.
이 경우 우리는 의사소통을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그 반대로 하고 있다.
이러한 느낌이 위험한 까닭은
사유하는 주체 사이의 관계를 단절 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가 단절되면 사유의 과정 자체가 침해된다.
사유한다는 말은 자신의 관점을
매우 다양한 다른 관점에 맞서게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유한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반대와 비판에 부딪히면서
자신의 성찰을 행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유는 우리 존재의 인간 조건을 개선할 때에만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의견을 밝히기만 하면 된다는 환상을 유포한다.
이러한 환상은 의사소통의 새로운 기술로 강화된다.
대중매체에서는 모든 것에 대해서 그리고 아무것에 대해서
나 의견을 교류할 수 있다는 환상을 연출한다.
개인은 거짓 속내 이야기와 사이비 토론의 소비자가 된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토의'가 자유의 기반을 이루고
이를 보존한다는 것을 잊으면서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 '토의' discussion 는
라틴어 'dis'(모든 방향으로)와
'cutere'(때리다)로 이루어지고,
마찰, 대립을 의미한다.
토의는 어떤 주제에 대해 다 함께 나아가려는
대화자들의 의지를 전제로 한다.
이는 대화하는 이들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가담시키는 행위를 내포한다.
각자를 가담시켜 어떤 믿음을 근거로 자신이 말하는지 분명히 밝히도록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규정하고, 이해하기 쉽게 말하며,
자신의 사유에 논거를 제시하도록 한다.
자신의 말만 맞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더 나은 논증의 법칙에 따르도록 한다.
의식적이며 상호적으로 조정하는 토론은
분명한 결정을 낳는다.
이를 통해서 결정권을 가진 이들은
인간적으로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다른 이들과 더불어 상식을 구축하라
오늘날 그대 주위에 펼쳐진 토의라는 신기루로 가득한 사막을 둘러 보라.
의견이 다른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사실 전투나 다름없다.
각자는 다른 이들의 관점에 맞서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려고 애쓴다.
시민들을 대화에 끌어들이려고 제기하는 문제는 토끼 덫이나 다름없다.
각자 제기한 문제에 이미 준비된 답변을 듣지만 거의 이해되지 않는다.
귀머거리들의 대화가 아니라면 회사에서 나누는 대화도 기껏해야 협상일 뿐이다.
양쪽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협을 모색한다.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진행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오락 시간이 되어버릴 때가 많다.
중재자가 산파 구실을 하지 못할 때
교류는 결코 생각과 마주치지 못하고 겉돈다.
의미를 위해 모든 방향에서 대면이 이루어질 때만 토의가 존재한다.
그리고 주체가 사유하는 의무를 저버리면 진정한 정치도 없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사유를 행하라고 가르치고 싶은가?
그들과 함께 대화를 시작하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가?
그들이 생각을 표현하도록 만들어라!
연설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가?
그대의 질문으로 토의를 열라!
무지하거나 어리석어 보일까봐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가?
그러나 그대는 토의를 거부하면서 어리석고 무지한 채로 남는다!
남을 거스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대는 나눔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편보다
그대 자신의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합의하는 편이 덜 위험해보이는가?
그대는 베개 밑에서 숨이 막힐지도 모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짓으로 대화를 나누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나는 듣는다.
"다른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 만한 공공의 공간을
건설하기 원하는 시민으로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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