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부드러운 손
/박목월
크고 부드러운 손이
내게로 뻗혀온다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고
거득한 바다가
내게로 밀려온다.
인간의 종말이
이처럼 충만한 것임을
나는 미처 몰랐다
허무의 저편에서
살아나는 팔,
치렁치렁한
성좌가 빛난다.
멀끔한
목언저리쯤
손가락 마디 마디마다
그것은 보석
그것은
눈짓의 신호
그것은 부활의 조짐
하얗게 삭은
뼈들이 살아나서
바람과 빛 속에서
풀잎처럼 수런거린다.
다섯 손가락마다
하얗게 떼를 지어서
맴도는 새.
날개와 울음.
치렁치렁한
성좌의 둘레 안에서.
- 박목월의 유고집 < 크고 부드러운 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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