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감동의 글

파스칼과 시간 앞에서의 도피/외제니 베글르리

샬롬이 2013. 2. 18. 10:28

 

 

 

 

 

 

파스칼과 시간 앞에서의 도피

 

 

 

/외제니 베글르리

 

 

 

 

우리는 결코 현재의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래는 너무나 천천히 오기에 우리는 예측함으로써

그 흐름을 재촉하고자 한다. 과거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기에

우리는 떠올림으로써 그 흐름을 멈추어놓고자 한다.

우리는 너무나 경솔하기에 우리의 것이 아닌 시간 속에서 방황하고,

우리에게 속한 유일한 시간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 허영심이 많기에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을 꿈꾸고,

존재하는 유일한 시간에서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벗어난다.

 

일반적으로 현재는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우리가 눈앞에서 현재를 감추는 이유는

이것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가 우리에게 즐거운 것일 때는

그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워한다

- 파스칼, <팡세> -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는 이에 맞서는 대신에 등을 돌린다.

모순을 생각하기보다는 외면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

우리는 죽게 마련이지만 죽음으로만 국한될 수는 없다.

완벽해질 수도 있지만 쉽게 퇴보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욕구와 다른 이들에게 종속된 존재이면서도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쉽게 믿으면서도 경계하고,

비겁하면서도 뻔뻔하고, 사소한 일에는 민감하면서도 커다란 일에는 둔감하다.

  모순은 우리 존재 안에 새겨지고,

우리 존재는 모순에서 멀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모순을 느낀다.

우리 존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사유를 본능적으로 안다.

이 두 가지 모순적인 본능이 결합하면서

우리 안에서는 혼란스럽고 역설적인 계획이 태어난다.

우리는 동요를 통해 평정을 추구하고,

자신을 두렵게 하면서 불안을 회피한다.

그리고 고 배경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영원히 살려는 열망이 작용한다.

  뿌리뽑지 못하는 우리의 모순은

우리가 시간과 맺는 관계 속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동요하면서 우리의 삶 밖으로 끊임없이 끌려간다.

이렇게 현재 밖에 있는 것이 우리 자신 밖에 있는 까닭은

우리가 언제나 현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성은 예상하고 회상하며,

우리의 상상력은 초조해 하고 아수워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가는 동안에 현재도 지나간다.

 현재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 삶의 덧없는

성격을 떠올리면서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우리는 현재로 인해 행복할 때는

그 흐름을 정지하지 못해 아쉬워한다.

불행할 때는 그 흐름을 재촉하기 원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한다.

행동할 때는 우리의 현재를 우리가 겨냥하는 목표에 종속시킨다.

모든 경우에 우리는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미래를 위한 수단을 변형시킨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현재를 사는 대신 우리 삶을 나중으로 미룬다.

그리고 우리의 현재에서 수액을 비워내면서

공허를 만들어내고, 불안이 곧 그 자리를 채운다.

 

 

불필요한 불안쫓아내라

 

 

  그대의 삶이 지닌 의미에서

그대를 멀어지게 만드는 도피에서 벗어나라.

우리 시대는 헛된 불안을 생산하고서는

이를 '관리'하겠다고 약속한다.

사람들은 그대가 마치 생산을 하는 회사이기라도 한 듯이

'프로젝트 모드'로 행동하기를 촉구한다.

그대는 실제 그대 자신의 삶에 착수해야 하지만,

이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우리 사회는 존재를 일과 행위에 맞추지만,

일과 행위는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그대가 내일도 오늘처럼 무사할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일에서는 모든 게 목표를 위한 수단이고, 일의 효율성이 법이다.

하지만 그대의 존재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어느 순간이나 그대의 존재는

그 존재가 끝나는 날까지 그 자체의 목표다.

  일할 때도 그대의 목표 달성 여부는

그대가 현재 하는 행위에 좌우된다.

모든 점에서, 그리고 어디서나 현재는

그대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자신이 열망하지 않는 곳에 있어 답답한가?

그대의 열망을 분명히 밝히고, 떠날 수 없으면 그곳에 머물러라!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해 답답한가?

그대가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현재를 빼앗지 마라!

현재를 빼앗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가?

존재하는 대신 동요하게 된다!

존재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가?

존재한다는 말은 동요하지 않고 현재에 현존한다는 뜻이다!

휴가가 다가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가?

그대는 삶의 마지막에 다다르는 데 얼마나 마음이 급한 것인가!

 이미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퇴직할 때까지 미루는가?

이렇게 해서 그대는 그대가 좋아하는 것에서 물러나버린다!

  미래의 기쁨을 위해 현재의 기쁨을 포기하는가?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자신에게 물어보라!

 

진정으로 살지 않고 그냥 살려는 충동의 심연에서,

후회와 계획 사이에 사로잡힌 채 나는 듣는다.

 "피상적인 불안을 쫓아냄으로써

  네 존재의 의미를 만드는 불안에 맞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