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와 담배 주머니가 놓여 있는 의자> <고갱의 의자>
두 개의 빈 의자
/빈센트 반 고흐
테오에게...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이냐?
불행하게도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구나
아무 쓸모도 없는 그림들 때문에 나는 너무 비싼 값을 치러왔다.
심지어 니 피와 이성까지도 내놓아야 했으니. 같은 말을 되풀이하진 않겠다.
내가 내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고갱 얘기를 하자면.... 아아,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두자.
원하는 대로 독립해서(독립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만)
자기 뜻대로 자기 길을 가라고 해라.
자기가 우리보다 더 영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이곳에 두고 간 습작들 대신에, 혹은 그걸 선물로 주면서
내 해바라기 그림들 중 하나를 요구하는 건 정말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습작들은 그에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내겐 전혀 소용없다.
모두 고스란히 보내줄 생각이다.
하지만 내 그림들은 여기 둘 것이고, 특기 내 <해바라기>는 계속 보관할 것이다.
그는 이미 내 해바라기 그림을 두 점이나 가지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라고 해라.
만일 그가 나와 교환했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르티나크 섬에서 그린 소품과 그가 브르타뉴에서
내게 보냈던 자화상을 돌려주겠다고 해라.
그 대신 그가 가져간 내 초상화와 해바라기 그림 두 점도 돌려 줘야 한다고 말이다.
그가 다시 이 문제를 들먹이거든 꼭 그렇게 전해라.
무슨 일이 있든 내가 여기 계속 머무른다면 조금씩 힘을 되찾게 되겠지.
변화나 옮겨가는 일은 두려워하는 건 또다른 지출이 생길까 두려워서다.
잊[까지 오랫동안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
나는 내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일이 제대로 진척되는 순간이 꼭 올 것이다.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내 그림들이 언젠가는 그것들을 위해 사용한 돈을 되돌려줄 것이라고 믿는다.
드한에게 빨강과 초록으로 채색한 빈 의자 그림을 보여줬으면 좋겠구나.
불을 켠 양초와 두 권의 소설(하나는 노란색, 다른 하나는 분홍색)이 놓여 있는
고갱의 의자 그림 말이다. 오늘은 그 그림과 한 쌍을 이룰 다른 그림을 그렸다.
바로 나 자신의 빈 의자이다.
파이프와 담배 주머니가 놓여 있는 하얀 전나무 의자란다.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이 두 작업에서 나는 선명한 색을 이용하여
빛의 효과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내 편지를 드한에게 보여주면
그는 아마도 내가 무엇을 추구했는지 정확히 이해할 것 같다.
고갱과 나는 이따금씩 프랑스 미술과 인상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나는 인상주의가 조직을 갖고 기반을 형성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망이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지는구나.
왜 라파엘 전파의 시대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여기서도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
동맹은 결렬되었다. 아마도 내가 이 모든 것을 마음에
너무 많이 담아두고 있는 것인지도, 그래서 지나치게 슬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고갱이나 나나, 혹은 다른 화가들도 아직 진짜 기관총이나
다른 파괴적인 전쟁무기로 무장하진 않았다.
나는 앞으로도 붓과 펜 외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무장하지 않을 것이다.
1889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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