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23
/셰익스피어
무대 위의 서투른 배우가
겁이 나서 맡은 역을 제대로 못해 내듯,
또는 너무 격렬하고 사나운 역이라
그 서슬에 눌려 속마음이 약해지듯,
나는 지나친 신임이 두려워
완전한 사랑의 예식을 잊었습니다.
사랑의 강성한 힘이 짐스러워
내 사랑은 기운을 잃었습니다.
오오, 그러매 내 책이 속마음을 말하는 웅변,
말없는 선언자가 되게 하소서.
사랑의 보답을 많이 받아서 많이 지껄이는 혓바닥보다
더 큰 사랑과 보답을 호소하는 벙어리 책입니다.
말없는 사랑이 적은 것을 읽어 보소서
눈으로 듣는 것은 사랑의 예민한 감각입니다.
解* 셰익스피어는 자기가 나이가 들고, 잘나지도 못했고,
더군다나 직접 말도 잘 할 줄 모른다는 말을 여러 번 하고 있다.
그는 수줍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시는 말없는 벙어리이지만,
그 벙어리의 시늉 같은 글 속에서 사랑의 웅변과
선언을 읽어 낼 수 있는 이는(눈으로 들을 줄 아는 이는) 사랑의 감각을 가진 이다.
- <소네트집> 셰익스피어/이상섭 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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