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여행길
/타고르(Tagore)
길가에 앉아 글을 쓰는데 갑자기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집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지는 길가에 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햇살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쳐 방안으로 들어온다.
햇살은 순식간에 내 마음마저 흔들어 놓고는 내 원고로 다가와 조용히
황금색 이별의 입맞춤을 한다.
새벽빛은 내 작품의 모티브이다. 야생화, 구름 , 무지개, 서늘한 새벽공기,
아직 더 자고 싶은 마음 등이 내 책 속에 뒤섞여 있고 아침 햇살의 손짓은
내가 직접 그린 등나무처럼 넓게 퍼져 나간다.
새벽빛은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축복한다.
새들도 행운의 노래를 부르고, 길 양옆으로는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있다.
사람들 역시 길을 나서며 "걱정하지 마. 겁날 것 하나도 없어."라며 씩씩하게 답한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는 우리의 순조로운 여행을 위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눈부신 태양이 하늘 끝까지 퍼지면서 온 세상이 하느님의 승리를 환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새벽빛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팔을 하늘로 뻗어 무궁무진한 미래 즉, 삶의 길을 비춘다.
또한 새벽빛은 희망이자 위안이며 한낮에 대한 예찬이다.이뿐만이 아니다.
날마다 사람들에게 천국의 복음을 전하고 ,은혜를 베풀고자 동쪽에서부터
달콤한 꽃향기를 퍼뜨린다. 새벽빛은 복음이자 축복인 것이다.
내 작품에는 나그네의 모습이 담겨있다.
나그네는 삶의 짐은 물론 희로애락의 감정까지도 잊은 채 빈손으로 길을 나선다.
내 글에는 그들의 애환이 녹아있다. 나그네는 자신이 불렀던 노래 가사를 잊어버릴지언정
결코 가슴 속에 간직한 사랑을 지워버리지는 않는다.
그렇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만을 가슴에 품는다.
나그네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과 지금 밟고 서 있는 땅을 사랑하며 그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들은 과거의 슬픔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들이 걸었던 길가엔 신기한 꽃들이 만발한다.
나그네는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준다.
사랑은 나그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힘겨운 여정에서 생긴 피로를 말끔히 없애주는 피로회복제 같은 존재이다.
나그네에게 힘을 주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걱정해 주는 부모님의 사랑과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
역시 나그네의 마음을 달래주고 그들의 앞길을 보살펴준다.
하지만 때로 사랑은 구속으로 변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랑이 무덤이라면 나그네는 그 무덤의 묘비라 할 수 있다.
배가 게속해서 향해를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랑을 품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숭고한 사랑과 사소한 애정은 다르다.
숭고한 사랑은 우리를 억압과 구속에서 탈출시켜 준다.
하지만 만약 사소한 애정에 얽매여 발걸음을 멈춘다면 나그네는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그네는 숭고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계속해서 발길을 옮겨야 한다.
나는 나그네의 환한 웃음과 슬픈 눈물을 멀리서 지켜본다.
때로 사랑은 우리를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닦아 주고
환한 웃음을 되찾아 주는 것 역시 사랑이다.
햇변과 빗물을 받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며
나그네를 울리고 웃기는 것 역시 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이별의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결코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게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어느새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지난 이별 때문에 슬퍼할 필요 없어. 잘 생각해 봐,
새로 만난 이들도 헤어진 사람 못지않게 좋은 사람이잖아."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별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면
당신은 이제 어느 누구도 바라볼 수 없게 되어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신은 사랑 없는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져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삶의 여정을 계속할 마음이 없다고 할지라도 사랑은 결국 승리한다.
사랑은 당신을 삶의 길로 이끌어 내어 당신 곁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떼어놓는다.
새벽녘에 기쁨에 넘쳐 길을 나선 나그네는 멀고 먼 앞길을 향해 걷는다.
그들은 길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는 것이
모두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그네는 쉬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은 결코 길을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해서 걷다가 걸음을 잘못 디디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나그네는 아무리 넘어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지나간 여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그네는 계속해서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과거를 잊고 걱정을 덜 수 있다.
엄마는 아이를 가슴에 품고 세상에 나온다.
대체 누가 엄마와 아이를 연결해 주었는가?
누가 사랑스런 아이를 엄마 품에 안겨주었는가?
나그네가 걸어가는 길은 침실처럼 따스하고 향기롭다.
엄마 품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열매는 이 길 위에서 스스로 꽃봉오리를 피운다.
그런데 엄마들은 왜 착각을 하는 걸까?
언제까지 엄마가 아이 곁을 지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기나긴 길 위에서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논다. 아이의 손에 이끌려
사랑이 샘솟는 왕국에 들어온 엄마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얼굴을 보며
천국의 낙원 같은 아이들 세상에 빠져든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놀고 곳곳에서는 환한 웃음소리가 물결처럼 넘실거린다.
그런데 한편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질병이 아이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아이는 마치 상처 입은 꽃잎처럼 연약해졌다.
아픈 아이들의 가늘고 여린 목구멍에서는 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울고 싶어도 목 안으로 울음소리가 사라져버린다.
야만스런 어른들이 아이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학대한 결과이다.
우리는 모두 나그네로 태어났다.
만약 액운이 우리의 머리채를 잡고 늘어진다면
약자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삶의 시작 단계에서 위협적인
천둥소리는 듣지 못하고 새벽빛의 약속만을 듣는다.
때문에 길 중간에서 만나게 될 위험과 고통은 고려하지 않고
사랑만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비록 가끔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사랑의 손길이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싫증내지 않고 사랑의 소리에 반응하게 될 것이며,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우리를 구속하는 쇠사슬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나그네의 슬픈 울음과 환호성 옆에 서 있다.
나는 그들을 자세히 관찰했으며, 그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평안한 여생이 되길 바랍니다.
내 사랑을 여비로 만들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여행길엔 그 무엇보다고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할 테니까요.
우리 모두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을 나눠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그네끼리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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