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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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 사랑/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샬롬이 2011. 4. 18. 11:19

 

 

 

 

 

첫눈에 반한 사랑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1923-  ) 폴란드 태생의 여류시인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수만 번 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속에서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들리던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 하는 무뚝뚝한 음성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이나

그들을 데리고 장난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만남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해

우연은 그들을 가까이 끌어당기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들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웃음을 참으며

훨씬 더 멀어지게도 만들었다.

비록 두 사람이 읽지는 못했으나

수많은 암시와 신호가 있었다.

아마도 3년 전,

또는 바로 지난 화요일,

나뭇잎 하나 펄럭이며

한 사람의 어깨에서 또 한 사람의 어깨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다른 사람이 주웠었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것이

유년 시절의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공일지도.

 

 

문 손잡이와 초인종 위

한 사람이 방금 스쳐간 자리를

다른 사람이 스쳐가기도 했다.

맡겨 놓은 여행 가방이 난란히 서 있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어쩌면, 같은 꿈을 꾸다가

망각 속에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다만 계속일 뿐.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부터 펼쳐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