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94
/셰익스피어
남을 해할 힘이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는 사람,
그럴 것 같으면서도 안 그러는 사람.
남을 움직이면서도 자신은 돌 같은 사람,
태연하며, 냉정하며, 유혹에 꿈뜬 사람,
그들은 하늘의 은총을 합당하게 받아서
자연의 보화를 낭비 없이 아낀다.
그들은 자기 얼굴의 주인이요, 소유자이나
못 그러는 사람들은 그들의 보화의 청지기일 뿐이다.
여름 꽃은 그 자체로서는 다만 살다가 죽을 뿐이나
여름에게는 향기로운 것이다.
그러나 그 꽃이 악한 병에 전염되면
조악한 잡초까지도 그 꽃의 가치를 능가한다.
가장 향기로운 것이 그릇된 행실로 가장 역겨워진다.
썩은 백합은 잡초보다 훨씬 냄새가 고약하다.
解 *힘이 있어도 남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인격자(자기 얼굴의 주인)이다.
그러나 못한 자는 그 외모나 지위의 주인이 못되고
임시로 맡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피고 지는 꽃은 잘난 척하지 않으나
그 주변에 향기를 떨친다. 그러나 그 꽃이 병들어
문들어지면 잡초보다도 못하게 된다.
시인은 아마도 외모나 지위가 훌륭했던
어떤 신사가 못난 짓을 해서
망신당하는 것을 보았던 것 같다.
혹시는 자기 애인을 빼앗은 청년 귀족의
비열한 행위를 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 소네트 /셰익스피어/이상섭 역주 -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네트 111/셰익스피어 (0) | 2019.09.19 |
---|---|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조지프 애디슨 (0) | 2019.09.07 |
*사랑하는 그대에게/E. 뫼리케 (0) | 2019.07.27 |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 합니다/칼릴 지브란 (0) | 2019.07.04 |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켈트족 기도문 (0) | 2019.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