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64
/셰익스피어
시간의 잔혹한 손이 매몰된 옛 시대의
굉장한 호사를 말살한 것을 볼 때에,
한때 드높았던 탑들이 무너져 버리고
영구적이라는 청동도 죽음의 폭력에
굴복함을 볼 때에
굶주린 대양이 바닷가의 영토를
차차 파먹어 들어가고,
또한 굳은 땅이 바다의 영지를 따먹어
잃으면서 얻고 얻으면서 잃음을 볼 때에
그처럼 서로서로 뒤바뀌는 형국을 볼 때에
또한 대단한 형국 자체가 무너져 썩는 것을 볼 때에,
나는 폐허 속에서 구슬피 생각하기를
'시간이 닥쳐와 내 사랑 앗아가리라.'
이 생각은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을 소유하였기에
울 수밖에 없으니
解 * 세상의 무상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시인의 슬픈 사연이 된다.
잔혹한 시간이 가져오고야 마는
퇴락과 죽음은 시인으로 하여금
그의 사랑도 반드시 죽어 없어지리란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을 소유한 자는 울 수밖에 없다.
다른 시와 달리 이 시는 슬픈 가락으로 끝난다.
- 소네트집/셰익스피어/이상섭 역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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