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소네트 64/셰익스피어

샬롬이 2019. 5. 27. 14:18






소네트 64




/셰익스피어





시간의 잔혹한 손이 매몰된 옛 시대의

굉장한 호사를 말살한 것을 볼 때에,

한때 드높았던 탑들이 무너져 버리고

영구적이라는 청동도 죽음의 폭력에

굴복함을 볼 때에

굶주린 대양이 바닷가의 영토를

차차 파먹어 들어가고,

또한 굳은 땅이 바다의 영지를 따먹어

잃으면서 얻고 얻으면서 잃음을 볼 때에

그처럼 서로서로 뒤바뀌는 형국을 볼 때에

또한 대단한 형국 자체가 무너져 썩는 것을 볼 때에,

나는 폐허 속에서 구슬피 생각하기를

'시간이 닥쳐와 내 사랑 앗아가리라.'

이 생각은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을 소유하였기에

울 수밖에 없으니




解 * 세상의 무상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시인의 슬픈 사연이 된다.

잔혹한 시간이 가져오고야 마는

퇴락과 죽음은 시인으로 하여금

그의 사랑도 반드시 죽어 없어지리란

사실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을 소유한 자는 울 수밖에 없다.

다른 시와 달리 이 시는 슬픈 가락으로 끝난다.




- 소네트집/셰익스피어/이상섭 역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