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눈부신 천 한자락이
/박목월
「사도행전」10장10절
희고도 눈부신
천 한 자락을 하늘나라에서
내게로 드리워주셨다.
물론 비몽사몽 간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을 통하여
무엇을 보여주시는 것일까
물론 미련한 우리들이
어찌 다 해아릴 수 있으랴?
희고도 눈부시는 천 자락이
눈 앞에 펄럭일 뿐
그러한
희고 눈부시는
천 자락이
북소리처럼
가슴에 울리는 음성으로
변했다.
꽹과리처럼
자즈러지게 울리는
음성으로 변했다.
하늘이 내게 베푸시는 은총
주의 사람임을 증거하는
표적을 보자.
나는 그 자리에서 타올라
재가 되었다.
할렐루야
주의 사람임을 증거하는
그 숨막히는 눈부심
천 한 자락을 하늘에서
내게로 내려 보내주셨다.
잠을 깨자
나는 주의 사람
새로 빚은
포도주 같은 피가 돌고 있었다.
할렐루야
나는 꿈 속에서 새 사람이 되었다.
- <크고 부드러운 손> /박목월 유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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