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채의 붉은 전각
/백거이(白居易, 772-846):
중국 중당기의 시인으로
자는 낙천樂天이고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같은 시대의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병칭된다.
두 채의 붉은 전각
남북으로 마주보고 솟아 있다.
누구의 집인가 물어보니
정원 연간의 황제의 두 자식이라 한다.
황제의 자식이 퉁소 불다가 하늘로 날아갔다.
저택과 누대 가지고 가지 못하여
부처의 집으로 바꾸어 세상에 남겨놓았단다.
화려하게 꾸민 전각, 기녀들 누각이 어찌나 고요한지
버들은 무녀의 허리 같고, 연못은 거울같이 맑도다.
꽃이 스러진 황혼에 근심스러워질 때
노랫소리, 퉁소소리 들리지 않고, 풍경소리 들려온다.
절 문에 걸린 하사받은 문방에는 금빛 글자 쓰여 있고,
여승의 암자나 절 뜰은 넓고 한가하기만 하다.
푸른 이끼 까린 텅 빈 땅에는 밝은 달이 비치는데
늘어선 작은 집에는 지친 사람 살 곳도 없구나,
옛날에 평양 공주* 처음 집을 지으면서
백성들 집터를 수없이 빼앗았다가
신선 되어 떠난 후 두 저택을 절로 만들었으니
인간 세상 모두 절이 될까 두렵다.
* 한무제의 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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