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가을의 기도/박목월

샬롬이 2014. 11. 6. 12:16

 

 

 

 

 

 

가을의 기도

 

 

 

/박목월

 

 

 

 

 

주여

오늘은

거두어 들이기에 바쁜

가을입니다.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심이

이처럼

엄청납니다.

이제 온 세상은

추위와 얼음과 눈으로 덮이고

눈보라가 길을 가다 막아도

우리들에게는

따뜻한 거처와

솜옷과 더운 물이

주어지고

불의 요정들이

훈훈한 공기로 감싸주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심이

이처럼

엄청납니다.

주여

이 크신 은총과

자비로움을

깨닫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아침의 기도와

한밤의 묵상으로

사랑의 물길을 자아올리게 하시고

위으로 주신 것을

위으로 돌리며

이웃을 위하여 나눠가짐으로

베푸어주신 분에게

영광 돌리게 하옵소서.

또한

주여

얼음과 눈보라 속에도

꺼질 줄 모르는

믿음의 불길을 활활 피워 올려

생명의 촛대마다

불을 밝히고

심령의 종소리가

크리스마스 새벽을 알리게 하시고

하늘나라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혀와

당신을 숨쉴 수 있는 코와

슬기로운 눈을 베풀어 주시고

드디어

주께서 거두어 들이시는

광우리에

알찬 열매로 담기게 하옵소서

할렐루야.

 

 

- <크고 부드러운 손>/박목월 유고시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