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이입
/베르나르 베르베르
감정 이입은 남이 느끼는 것을 같이 느끼고
남의 기쁨이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능력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감정 이입을 뜻하는
프랑스어 앙파티empathie는 파토스 안에 있다는 뜻이고,
그리스어 파토는 <고통>을 의미한다).
식물들조차도 고통을 지각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칼로 자기의 손가락을 베고 있을 때,
검류계(檢流計)의 전극을 나무껍질에 대어 보면
전기 저항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나무는 사람 몸에 상처가 날 떼
세포들이 파괴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만일 어떤 사람이 숲에서 살해되는 경우에는
그 숲의 모든 나무들이 그것을 느끼고
그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블레이드 러너>의 저자인 미국 작가 필립 K. 딕에 따르면,
만일 어떤 로봇이 인간의 고통을 지각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괴로워할 수 있다면
그 로봇은 사람의 자격을 얻을 만하다. 그 추론을 뒤집어서,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지각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에게서 인간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그 추론을 발전시켜 우리는 사람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하나의 새로운 형벌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문자, 살인자, 테러리스트 등
아무 거리낌 없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모든 자들이
그 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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