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롱펠로
아무리 지켜 보고 돌보았어도
양떼는 없고 죽은 한 마리 양이 있을 뿐.
아무리 정성들여 보살폈어도
이제 난롯가에 남은 것은 빈 의자 하나뿐.
죽어가는 사람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와
죽은 사람에게 보내는 애도가 허공을 메우고
자식을 위하여 슬피 우는 라헬*의 가슴
위로할 길 없어라!
자 인내하라! 이 극심한 고통은
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짐짓 하늘의 축복이
검은 상복(喪服)으로 꾸며 낸 것이니.
안개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것
이 지상의 모든 슬픔 가운데서도
장례식의 슬픈 촛불 같은 것
그것이 천국의 먼 등불인 줄 누가 알리.
죽음은 없으리! 죽음처럼 보이는 것도 한때.
숨쉬는 우리 생명은
영원한 낙원의 외곽일 뿐
그 입구를 죽음이라 부르나니.
그애는 죽지** 않았다 - 우리가 아끼는 아이 -
그애는 더 이상 우리의 보호가 필요없는
예수님이 손수 돌보시는
학교에 갔을 뿐이어니.
천사들이 보호하고 가르치는
그 고요하고 한적한 수녀원처럼
유혹도 없고 죄악의 오염도 없는 곳에서
죽었다는 이 아이는 살고 있으리라.
이 밝은 빛의 세계에서
날마다 이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해가 갈수록 어린 마음이 자라는
이 아이의 예쁜 모습을 보아라.
이처럼 우리는 이 아이와 함께 걷고
자연이 베푼 인연을 끊지 못하는데
우리의 기억은 말하지 않아도
그애가 사는 곳에 가 닿는도다.
우리 그애를 다시는 어린 아이로 보지 않으리라.
우리 또다시 황홀하게
그애를 껴안을 때는
이미 어린 아이가 아니니.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서
천국의 은총으로 지은 옷을 입은 소녀가 된
아름다운 영혼의 확장만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
때로는 오래 눌러두었던
그리움과 괴로움 북받쳐 오르면
부푼 우리 가슴 바다처럼 신음하며
진정할 길 없으리.
그래도 우리는 참을성 있게
이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누그러뜨리리라.
조용히 그 슬픔을 시인하면서
애써 감추지 않으리라.
* <창세기> 30장 참조. 야곱의 아내로 자식을 낳지 못함을 슬퍼했으나
후에 요셉과 베냐민을 낳음.
**이 시는 그의 딸 패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쓴 시.
-<롱펠로 시집>/윤삼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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