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들고
/박목월
나는
믿는 자가 되기를 열망한다.
순간 순간마다
믿음을 증명할 수 있는
전적인 생활을 갈망한다.
알 속에 갇혀 있는 생명이
부화되기를 갈망하듯
나의 안에서
새로운 눈동자가 마련되고
날개가 돋아나
열린 세계 안에서
거듭나기를 갈망한다.
교수로서
시인으로서
미지근하게 더운
자리를 걷어 들고,
세속적인
권위와 명성과
타산으로 얽힌 자리를 걷어 들고
걸어갈 수 있는,
신자가 되기를
열망한다.
자리를 들고 걸어 가라
말씀하심으로
걸을 수 있는
그 절대의 능력을
전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열망한다.
<2000년 '크고 부드러운 손' 박목월 유고시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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