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흰 그림자/윤동주

샬롬이 2012. 9. 7. 19:39

 

 

 

 

 

 

 

흰 그림자

 

 

 

 

/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희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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