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롱펠로
종소리가 자정을 알리는 한밤에
나는 다리 위에 서 있었네.
어둠에 싸인 교회의 첨탑 뒤로
솟아오른 달이 시가(市街)를 비추고
발 아래 출렁이는 물결이
달빛을 받아
바닷물 속에 잠긴
황금 술잔처럼 번쩍거렸네.
6월의 아름다운 이 한밤
희미한 안개 속 멀리
아직도 타오른 아궁이의 불꽃이
달빛보다 더 붉게 빛나네
길고 겸은 떼목들 사이
흔들리는 그림자가
바다에서 밀려온
조수에 실려 가느니.
소용돌이치며 밀려오는
밤늦게 일어나는 파도
달빛 속을 흐르며
둥둥 떠가는 해초들.
이 목조 선착장에
달려드는 파도처럼
내게도 수만 가지 생각들이 몰려와
눈물 가득 고이게 하네.
아 지나간 옛날
나는 얼마나 자주
한밤에 이 다리 위에 서서
파도와 하늘을 바라보았던가?
아 얼마나 자주
저 썰물의 가슴에 안겨
거칠고 넓은 바다로
실려 가기를 간절히 바랐던가!
그때 내 가슴 뜨거워 진정할 수 없었네.
근심에 가득 찼던 내 삶
내게 지워진 그 짐은
견딜 수 없이 무겁게만 여겨졌느니.
허나 이제 그 모든 것 내게서 떠나가고
모두 바닷물 속에 잠겨
오직 다른 사람들의 불행만이
내게 슬픔을 던져 주네.
언제나 이 목조 선착장이 있는
다리 위로 강을 건널 때면
소금기 나는 바다 냄새처럼
지난날의 생각들이 몰려 오네.
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근심과 슬픔의 짐을 지고
그날 이후
이 다리를 건너갔을 것인가.
아직도 끊임없이 오가는
긴 사람의 행렬
뜨겁고도 방황하는 젊은이의 가슴
풀이 죽고 걸음도 느슨해진 노인들!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한
가슴속에 정령이 식지 않는 한
인간에게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지속될 이 다리의 행렬!
달빛은 물 위에 빛나고
그 그림자 또한 영원하리.
하늘에는 사랑의 상징
지상에 있는 이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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