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다리/롱펠로

샬롬이 2012. 7. 12. 20:50

 

 

 

 

 

 

 

다리

 

 

 

 

/롱펠로

 

 

 

 

 

종소리가 자정을 알리는 한밤에

나는 다리 위에 서 있었네.

어둠에 싸인 교회의 첨탑 뒤로

솟아오른 달이 시가(市街)를 비추고

 

 

발 아래 출렁이는 물결이

달빛을 받아

바닷물 속에 잠긴

황금 술잔처럼 번쩍거렸네.

 

 

6월의 아름다운 이 한밤

희미한 안개 속 멀리

아직도 타오른 아궁이의 불꽃이

달빛보다 더 붉게 빛나네

 

 

길고 겸은 떼목들 사이

흔들리는 그림자가

바다에서 밀려온

조수에 실려 가느니.

 

 

소용돌이치며 밀려오는

밤늦게 일어나는 파도

달빛 속을 흐르며

둥둥 떠가는 해초들.

 

 

이 목조 선착장에

달려드는 파도처럼

내게도 수만 가지 생각들이 몰려와

눈물 가득 고이게 하네.

 

 

 

 

아 지나간 옛날

나는 얼마나 자주

한밤에 이 다리 위에 서서

파도와 하늘을 바라보았던가?

 

아 얼마나 자주

저 썰물의 가슴에 안겨

거칠고 넓은 바다로

실려 가기를 간절히 바랐던가!

 

 

그때 내 가슴 뜨거워 진정할 수 없었네.

근심에 가득 찼던 내 삶

내게 지워진 그 짐은

견딜 수 없이 무겁게만 여겨졌느니.

 

 

허나 이제 그 모든 것 내게서 떠나가고

모두 바닷물 속에 잠겨

오직 다른 사람들의 불행만이

내게 슬픔을 던져 주네.

 

 

언제나 이 목조 선착장이 있는

다리 위로 강을 건널 때면

소금기 나는 바다 냄새처럼

지난날의 생각들이 몰려 오네.

 

 

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근심과 슬픔의 짐을 지고

그날 이후

이 다리를 건너갔을 것인가.

 

 

 

 

아직도 끊임없이 오가는

긴 사람의 행렬

뜨겁고도 방황하는 젊은이의 가슴

풀이 죽고 걸음도 느슨해진 노인들!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한

가슴속에 정령이 식지 않는 한

인간에게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지속될 이 다리의 행렬!

 

 

달빛은 물 위에 빛나고

그 그림자 또한 영원하리.

하늘에는 사랑의 상징

지상에 있는 이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위에서/괴테  (0) 2012.07.22
비/이 형기  (0) 2012.07.13
날은 저물고/롱펠로  (0) 2012.07.08
나의 마음을 위해서라면/네루다  (0) 2012.07.06
노래/문정희  (0) 201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