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이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가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에게 묻는다/휴턴 (0) | 2018.03.17 |
---|---|
의족을 한 남자/제임스 테이트 (0) | 2018.03.12 |
포기하지 말아요/클린턴 하웰 (0) | 2018.02.05 |
내게 있는 것을 잘 사용하게 하소서/월리엄 버클레이 (0) | 2018.01.30 |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디킨슨 (0) | 2018.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