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122
/셰익스피어
그대가 주신 수첩은 지금 내 머리 속에 있나니
잊을 수 없는 것을 빠짐 없이 기록하였기에,
헛된 종잇장들 이상으로
모든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토록 남으리라.
적어도 뇌와 심장이
자연 법칙에 의하여 기능을 계속하는 한
메모 한 장이 그대의 기억을
완전한 망각에 내맡기기 전에는.
그 메모에는 그리 많이 적어 넣을 수도 없고,
내 또한 그대의 사랑을 기록한 나무쪽을 필요치 않노라.
그리하여 나는 겁도 없이 그 수첩을 다 버렸어라.
그대를 더 많이 기록할 내 기억을 믿고.
그대를 기념하는 부속물을 간직함은
내 건망증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라.
- 셰익스피어 소네트 詩集 /피천득 옮김 -
- 경산역에서 내 마음에 찍힌 작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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