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상자 텃밭
심 성 보
지붕 위 하늘 밑에
사과상자 열 개
흙을 채웠네
좁쌀보다 작은 까만 상추씨
손가락으로 살 살 고랑을 파서
깨알 같이 심었네
어디서 날아온 참새 용케도 알아 보고
샅샅이 뒤적이며 쪼아 놓았네
참새의 눈에는 망원경이 붙었네
다시 심고 신문지를 덮었더니
참새는 신문 읽느라 터진 씨앗 못 보았네
며칠 지나니 노오랗게 새싹 돋았네
사과상자 열 개
텃밭이 되었네
아침 저녁 물 뿌리고 키운 상추
밥상에 올리기도 아까워졌네
<마음의 강물> 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