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성탄제/김종길

샬롬이 2014. 12. 5. 14:42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미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시의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탕약(湯藥) /백석(白石)  (0) 2014.12.09
해질녘의 단상 6 /이해인  (0) 2014.12.06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용혜원  (0) 2014.12.04
화염 경배/이면우  (0) 2014.12.03
작은 것을 위하여/이기철  (0) 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