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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나라

시인의 묘비명/W .워즈워드

샬롬이 2014. 4. 22. 13:16

  

 

 

 

시인의 묘비명

 

 

 

/W. 워즈워드

 

 

 

그대는 사회 투쟁의 선봉으로서

훈련받으며 자라온 정치가인가?

그렇다면 우선 살아 있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지니

그때에 그대는 죽은 자를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그대는 법률가인가? 가까이 오지 말라.

그 훈련을 쌓은 눈에 고인 예리한 빛과

그 창백한 얼굴의 굳은 표정일랑

어디 다른 알맞은 곳으로 가지고 가라.

 

 

그대 자줏빛 빰에 알맞게 살오른 장밋빛 얼굴을 가진 자인가?

가까이 오라.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말라.

이 무덤은 그대가 편히 앉을 방석은 못되노라.

아니면 그대는 씩씩하고 자랑스레 활보하는 군인으로

희롱일랑 모르는 자인가?

 

 

그대를 반기노라! 말을 풀어 놓고 농부의 지팡이에 의지하리.

그대는 의사인가? 파고드는 눈 안 가진,

철학자! 손가락 끝만 놀리는 노예,

어미 무덤을 대하고도 거기서 식물 채집이나 하는 그런 위인인가?

 

 

그대의 관능의 털옷을 꼭 껴입고

오, 비켜서라, 그리고 내 비노니 땅 속에 묻힌 자

편안한 잠을 누릴 수 있도록

그대의 쪼그라들기만 하는 넋을 거두어 가라.

 

 

어찌된 일일까, 이 가난한 땅으로

선지자 한 분이 나타나니

그에겐 눈도 귀도 없고

오지 그와 그의 세계가, 그리고 그 자신의 신만이 있다.

 

 

매끄럽게 다듬어 놓은 그의 영혼엔

크건 작건 어떤 형상도 어떤 정서도 매달릴 수 없다.

오, 그는 이치만 캐고 드는 자가 충족자.

지성 만능주의자.

 

 

 문을 닫고 열쇠를 채워라.

그대는 지성의 껍질 속에서 잠자라.

아무 이득이 없을 이 티끌 근처에서는

그대의 시계가 열 번 똑딱대는 시간도 헛되이 하지 말라.

 

 

저기 겸손한 용모에

수수한 황갈색 옷을 입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일까?

흐르는 물소리보다 아름다운 음악을

그는 시냇가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그는 정오 때에 이슬비처럼 또는

한낮 숲속의 샘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그대의 사랑에 보답할 것인가를 알려면

그대가 우선 그를 사랑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하늘과 땅과

산과 골짜기의 외관을 보아왔고

보다 깊은 곳에서 태어난 충동이

고독에 잠긴 그에게 찾아왔노라.

 

 

우리 둘레의 흔해 빠진 것에서

문득 얻는 진리를 그는 전한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 명상하고 잠자는

고요한 눈이 거둬들이는 수확.

 

 

그는 약하다. 어른이자 어린이인 그는

이 땅에 한가로이 살아 왔다.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그 또한 흡족히 여기면서 즐길 수 있으리.

 

 

여기로 오라. 그대에게 힘이 솟는 시각에 이리로

오라, 그대 깨지는 파도처럼 약할지라도

이곳에 그대의 사지를 죽 뻗어라.

아니면 그대의 집을 이 무덤 위에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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