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감동의 글

그린란드/베르나르 베르베르

샬롬이 2014. 3. 24. 14:49

 

 

 

 

 

그린란드

 

 

 

/베르나르 베르베르

 

 

 

두 인간 문명 사이의 만남은

 언제나 힘을 겨루는 일로 시작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리 험악하지 않게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1818년 8월 10일,

영국 극지 탐험대의 대장인 존 로스 선장이 그린란드의 에스키모,

이른바 이누이트(캐나다와 그린란드이 에스키모는

 스스로를 이누이드라고 부른다.

에스키모는 <물고기를 날로 먹는 사람>을 뜻하지만.

이누이트는 <인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다.

 

만남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이누이트들은 이 세계에서 인간은 자기들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영국인들이 누구인지, 영국이 어디에 있는지

따위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이누이트가 말했다.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죽일 수도 있다.>

존 로스 선장은 마침 존 삭셰우스라는 통역자를 대동하고 있었다.

그 통역자는 남그린란드 출신으로 서툰 영어로나마

영국인들과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았다.

이누이트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 통역자가 재치를 발휘하여

자기가 들고 있던 칼을 얼른 땅바닥에 던졌다.

 

처음 만난 사람의 발밑으로 자기 무기를 던져 버리는 것을 본

이누이트들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그 칼을 집어 들더니,

자기들의 코를 잡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삭셰우스도 재빨리 그들과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것은 가장 어려운 고비였다.

그 보비를 넘기고 나니 만사형통이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면

그를 죽이려 하지 않는 법이다.

 가장 나이 많은 이누이트가 다가와 삭셰우스의 면 셔츠를 더듬어 보더니

그런 천은 무슨 동물의 가죽으로 만드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삭셰우스가 그럭저럭 대답을 하고 나자,

노인이 또 물었다.

<당신들은 달에서 왔소, 아니면 해에서 왔소?>

 

 

지구에 자기들 말고 다른 사람들은 없다고 믿고 있던

이누이트들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삭셰우스는 그들을 설득하여 마침내 영국 장교들을 만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누이트들은 배에 올라갔다가 처음에는 돼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기겁을 했고,

다음에는 거울에 비친 자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렸다.

그들은 시계를 보고 무척 신기해하면서 그것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영국인들이 비스킷을 주자 조심스럽게 한입 먹어 보더니,

역겨워하면서 도로 뱉어냈다.

 

마침내. 이누이트들은 우호의 표시로 그들이 샤먼을 불렸다.

샤먼은 신령들에게 영국 배에 있을지도 모를

모든 악귀들을 좇아내 달라고 빌었다.

 그 다음 날 존 로스는 이누이트의 땅에 영국 깃발을 꽂았고,

그 땅의 자원을 가로챘다. 이누이트들은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그들은 한 시간 만에 영국 신민이 된 셈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누이트의 나라는

모든 지도에 <테라 인코니타(미지의 땅)>라는

말을 대신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