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 바하의
<샤콘느>를 듣던 기억
/유재원
- 아버지의 고독과 신동 하이페츠 -
누구나 잃어버린 하루는 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잃어버린 하루는 있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한다.
딱딱한 법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하다.
다른 때 같으면 공부에 전념할 시간에
문득 다른 상념이 들면서 펜이 손에 안 잡히게 된다.
옥상에 올라가 뿌연 하늘을 쳐다보다 주변을 서성거리곤 한다.
그때 머리에 쓴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아, 이런 음악을 만든 바하도 외로웠겠구나.
흔히 요한 제바스티안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한다. 그가 작곡한 많은 기악.
성악곡들이 이후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훗날 평가한 것이리라.
하지만 바하의 음악을 세심히 듣다보면 다른 면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게 된다.
말 없으면서도 따뜻하고 소심해보여도
자신의 할일을 충실하고도 묵묵히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
완벽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눌린 채 때로는 외로움을 타는 아버지 말이다.
바하는 생전에는 그다지 인기 있는 작곡가가 아니었다.
또한 당시는 작곡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음악적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바하는 피아노 강습소를 차려 레슨을 주업으로 삼았다.
물론 그의 이상(理想)은 작곡에 있었다. 그는 틈틈이 작곡하는 집념을 보였고
교회의 회중 앞에서, 때로는 자신의 레슨학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들려주곤 했다.
바하 사후(死後) 이러한 많은 곡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지만,
생전에 바하는 2명의 아내(사별 후 재혼)와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그의 생애를 보낸 충실한 남편이자 모범적인 아버지였다.
그는 항상 자신의 작곡에 바쁘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소곡들 가운데서
특히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이러한 생애를 살았던
'아버지' 바하의 외로움이 잘 묻어나 있다.
특히 <샤콘느>라고 잘 알려진 파르티나 제2번의 마지막 곡은 더욱 그러하다.
바이올린 독주가 처절히 어이지면서, 마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양
헤서도 부려보기도 하고 때론 조용히 독백을 즐기기도 하는 인상 깊은 곡이다.
마치 아버지의 모습처럼 말이다.
-<인문학 두드림 콘서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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