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네이오스 강>`파우스트` 중에서 /괴테(Goethe)

 

 

 

 

 

 

 

<페네이오스 강>

- 파우스트 중에서-

 

 

/괴테(Goethe)

 

 

(늪과 물의 요정들에게 둘려싸여)

 

강의 신 페네이오스

 

속삭이는 갈대여, 흔들거려라!

아련히 숨쉬어라, 갈대의 누이들이여.

술렁대거라, 늘어진 버들가지들아.

속삭여라, 포플러의 떠는 가지여.

끊어진 꿈길을 더듬어서! ------

 

파우스트

 

(강가로 다가서면서)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면,

이 얼킨 나뭇가지나

관목의 무성한 잎들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파도도 지껄이고,

산들 바람도------

희롱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구나

 

물의 요정들

 

(파우스트에게)

무엇보다도

이곳에 누워

서늘한 곳에서

피곤한 팔다리를 쉬어,

언제나 얻기 어려운 단잠을

즐기세요.

당신을 위하여, 우리들은

살랑거리고, 졸졸거리고, 속삭입니다.

 

파우스트

 

나는 확실히 깨어 있다! 아아,

비길 데 없는 꿈의 모습을, 내 눈이 본대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꿈이었을까? 추억일까?

전에 한 번 이런 행복을 맛보았었다.

한들한들 흔들리는 무성한 관록의

시원한 속을 물줄기가 살살 흐른다.

철철거리지도, 졸졸거리지도 않는다.

사방팔방으로부터 많은 샘이 모여,

깨끗하고 맑은, 욕조(浴櫓)처럼,

얕게 패인 웅덩이가 되어 있다.

물의 거울에 비추어 이중이 되고,

황홀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인들은 대담하게 헤엄치고,

마침내는 아우성치며 물싸움을 한다.

나의 눈은 날카롭게 저 가려진곳을 뚫으려고 한다.

무성한 초록의 풍성한 잎들이

거룩한 여왕을 숨기고 있다.

 

이상도 하다! 백조도

후미 쪽으로부터

위엄스럽고 깨끗한 동작으로 헤엄쳐 온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유난히 눈에 띄게,

가슴을 펴고, 대담하고 자신만만하게,

무리를 헤치고 쑥쑥 헤엄쳐 간다.

신성한 장소로 육박해 간다------.

 

물의 요정들

 

자매들이여, 귀를

이 언덕 초록색 층대에 대봐요,

말발굽 소리가 나는 것 같군요.

 

파우스트

 

대지가 서두르는 말발굽 밑에서

울려서 흔들리는 것 같다.

저쪽을 보라, 나의 눈이여!

행운이 벌써

나를 찾아오는가?

아아, 놀라운 기적이다!

말탄 사람이 달려온다.

지용(智勇)을 겸비(兼備)한 사람 같구나.

눈부신 백마를 타고 있다.

내 눈이 틀림없다. 나는 저 사람을 알고있어.

필뤼라의 유명한 아들이다! ---

잠깐, 히이론! 잠깐만! 할 얘기가 있소----

 

히이론

 

그런 말은 꺼내지 말게!

팔라스조차도 스승으로서는 존경을 못받았네.

결국, 제자들은, 교육을 받지 않은 것처럼,

각자 자기 방식으로 해나는 걸세.

 

파우스트

 

당신은 초목의 이름을 모두 아시고

그 뿌리들을 속속들이 알아내시어

병자를 고치시고, 상처의 아픔을 덜어 주시는 의사이시오.

그런 분을 나는 지금 있는 힘을 다해 안고 있소.

 

하이론

 

나의 의술은 나무뿌리로 약을 만드는

여인이나 신부들에게 맡겨버렸네.

 

파우스트

 

당신은 칭찬은 듣지 않으려는군요.

자기 따위는 얼마든지 있다는 태도군.

 

하이론

 

자네는 언변이 썩 좋은 것 같으이,

임금이나 백성들의 비위를 잘 맞추겠군.

 

파우스트

 

그러나, 이것만은 인정하시겠지요.

당신은 고귀한 인물들의 행위를 본받으려고 노력하며,

절반은 신처럼 성실하게 생활하셨다는 것을.

그런데 영웅들 중에서

어떤 이를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하이론

 

아르고의 배를 탔던 고상한 사람들은,

서로 결점을 보충해 주었네.

넘치는 청춘과 아름다움이 있어서는

디오소쿠렌 형제가 언제나 이것이었지.

결의와 민속하게 사람을 구하는 일은

보레아스의 아들들의 훌륭한 몫이었네.

신중하고, 힘세며, 총명하고, 눈치있으며

지배자가 된 자는 야아손이없지.

올포이스는 화사하고 조심성 깊으며,

누구보다도 七현금을 잘 연주했네.

안력이 날카로운 자는 륜코이스인데

밤낮, 아르고선을 다루어 암초와 언덕을 피했지.

 

파우스트

 

헤르쿨레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하십니까?

 

헤이른

 

아아, 나의 그리운 정을 돋구지 말게 ---

나는 태양신 푀부스를 본 일이 없네.

전쟁신 아이레스실들의 심부름군 헤르메스 같은 이도 못봤네.

그러나 만인이 신처럼 찬양하는,

그 사람이 눈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네.

대지의 여신 게아도 다시는 그런 사람을 낳지 못할 것이며

청춘의 여신 헤에베도 그런 사람을 다시는 하늘로 보내지 않을 걸세.

 

파우스트

 

가장 아름다운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헤이론

 

뭔가,--- 여인의 아름다움이라 별 것이 못 되네.

자칫하면, 굳어버린 모양의 되기가 일쑤지

아름다움이라 혼자 자신을 즐기고 있다네.

우아에 의하여 거역하기 어려운 매력이 생기지.

내가 태워다 준 헬레나처럼.

 

파우스트

 

당신이 헬레나를 태워다 주었소?

 

히이론

 

그렇다네 이 잔등에다.

 

파우스트

 

그런 자리에 앉았다니 기쁘기도 합니다!

 

하이론

헬레나는 내 머리털를 붙잡고 있었네.

자네와 같이.

 

파우스트

 

정말 정신을 잃을 것 같구나!

그녀는 나의 단 하나의 희망이오!

어디서부터, 어디로, 당신은 헬레나를 태워다 주었소?

 

하이론

 

리오스쿠우렌 형제가 그때,

도둑들의 손에서 누이동생 헬레나를 건져냈지.

급히 도망치는 三남매를

에로이지스 부근의 늪이 가로막았네.

형제는 걸어서 건넜고, 나는 그녀를 태우고 물을 튀기며 헤엄쳐 건넜지.

고맙다고 하는 헬레나의 매력이란!

 

파우스트

 

겨우 열 살인데!---

 

히이론

 

신화의 여인이란 아주 특별한 것일세.

언제나, 군침이 넘어가는 모습이지.

시인이란 시간에 속박되지 않는다네.

 

파우스트

 

그러면 헬레나도 시간에 속박되지 않아야겠지오.

아힐레스가 페레네에게 그녀를 발견했을 때도.

시간을 초월하고 있었소. 얼마나 드문 행복일까요.

운을 거슬러서, 사랑을 얻었다니!

나도 간절하고 사무치는 힘으로

그 비길 데 없는 모습을 살려내서는 안된다는 법이 있겠소?

당신은 엣날에 봤고, 나는 오늘 봤소.

헬레나를 못얻으면, 나는 못살거요.

 

히이론

 

먼데서 온 친구!

자네는 인간으로서는 열중하고 있지만

영들 사이에서는 미쳤다고 볼 걸세.

그런데 나는 해마다 의술의 신 에스크라이프의 딸

만토오한테 들리기도 하고 있네.

그녀도 비밀히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이제 그만 의사들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비추어,

대담한 살인을 그치게 해줍시사고

아버지에게 탄원하고 있네

이 만토오는 예언하는 여인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네.

자네도 그애 곁에 머무르면,

약초뿌리의 힘으로 근치될 수 있지.

 

파우스트

 

치료받고 싶지 않소. 나의 정신은 건전하오.

치료받으면 일반처럼 저속하게 될 거요.

 

히이론

 

만토오라는 귀한 샘의 영험을 버리지 말게.

어서 내리게! 다왔네!

 

파우스트

 

말씀 주시오! 여기가 어디요?

 

히이론

 

이곳에서 로마와 그리이스가 싸웠지.

보게! 달빛 속에 영원한 신전이 서 있네

 

만토오

 

(신전 안에서 꿈꾸며)

반신(半神)들이 접근하는군

 

히이론

 

그렇다! 눈을 떠 빛내라!

 

만토오

 

(잠을 깨며)

어서 오세요! 꼭 오시는군요.

 

히이론

 

너의 신전이 건재하는 것 처럼!

 

만토오

 

여전히 피로하지 않고 다니시나요?

 

히이론

 

네가 조용히 지내는 것처럼.

 

만토오

 

그런데 이분은?

 

히이론

 

헬레나를 손에 넣고 싶어하고 있어.

 

만토오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사람이 좋아요.

(히이론은 벌써 멀리 가버렸다)

 

만토오

 

들어오세요, 철부지 양반,

당신이 즐거워 할일이 있어요.

이 어두운 길이 황천으로 간 페르세포네는 곳으로 통해요.

올림푸스 산기슭의 동굴에서

그녀는 금지된 인사를 남몰래 듣고 있어요.

전에 내가 올포이스를 남몰래 여기로 들어가게 했지요

(둘이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