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시의 나라

쉴러가 수합한 <연간 시집>(1797)의 '크세니엔' 중에서

샬롬이 2014. 11. 26. 11:28

 

 

 

 

1. 쉴러가 수합한 <연간 시집>(1797)의

* '크세니엔(Xenien)' 중에서

 

 

/괴테

 

 

 

 * '크세니엔'은 라틴어로 '초대받은 손님에게 주는 선물'이란 뜻인데

제목과는 달리 날카롭고 비판적인 단시(Distichon, 2행시) 모음이며

괴테와 쉴러의 1796년 공동 작업이다.

시 한 편을 함께 썼거나 쉴러가 쓴 부분은 각주에 명기하였다.

고도로 승화된 정신과 예술의 완미를 보이는 고전지 발라데와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이 날카로운  시대 비평들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대조를 이루며

괴테의, 또 쉴러의 다면적 세계를 폭넓게 보여 준다.

 

 

 

 

미학적인 통행세 징수인

 

 

멈추라, 행인들아! 누구냐? 신분은 무엇이며 성격은 무엇인가?

내게 통행증을 보이기 전에는 아무도 이곳을 통과하지 못한다.

 

 

크세니엔

 

우리는 2행시(二行詩)들. 그 이상으로도 그 이하로도 자처하지 않는다.

막을 테면 막아 보라, 우리는 차단 횡목을 넘어간다.

 

 

세관원

 

트렁크를 열라. 너희 밀반입품을 담지는 않았겠지.

반(反) 교회적, 반국가적 물품은 없겠지? 프랑스 물건도 없겠지?

 

 

크세니엔

 

 트렁크는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우리야 작은 호주머니 둘밖엔

달고 다니는 게 없죠. 호주머니래야 시인들 건 아시다시피 가볍죠.

 

 

 연결 도구

 

어떻게 자연은, 인간 속의 드높은 것과 저열한 것을

묶는가? 허영심을 그 둘 사이에 끼워 넣는다.

 

 

고귀한 출생의 따님들을 위하여<쉴러 작>

 

고귀한 출생의 따님들에게 이 작품은 권할 만합니다.

재빨리 쾌락의 딸들로 승격되었음을 보기 위하여

 

 

예언가

 

자연이 그대에게서 단 한 인간만 만들어 낸 것은 유감이다.

소재는 기품 있는 사람도 만들고 악한도 만들 만한 것이니까.

 

 

시점

 

세기는 한 위대한 시기를 낳았다.

하나 위대한 순간이 찾아내는 건 왜소한 족속.

 

 

황금시대

 

인간이 총체적으로 발전하는 건지? 그런 것 같다, 개별적으로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아지는 기미라고는 안 보이니까.

 

 

만조가 우미의 여신들에 관하여

 

마녀들이야 천한 주문에도 불려 오겠지만

우미의 여신은 우미의 여신의 부름에만 응하여 온다.

 

 

타소의 <해방된 예루살렘>이 같은 것에 대하여

아스팔트의 늪이 여기에 아직도 자리를 그리고 있다.

타소가 우리에게 노래 들려주었던 예루살렘이 섰던 곳에.

 

 

브레슬라우의 교장 선생님

지루한 시구와 입맛 떨어지는 생각으로 한 교육자가 여기서

우리를 가르친다. 어떻게 사람들 환심을 사며 오도(誤導)할지.

 

 

학우 아모르

모든 끔찍한 것들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무얼까?

바람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현학자.

 

 

돌팔이 시인

빌란트여, 그대 정신 얼마나 풍요로운지! 그 진가는 비로소 느낀다.

그대 시험관 찌꺼기가 얼마나 맥없고 얼마나 공허한지를 봐야만.

 

 

 장 파울

그대가 그대의 부(富)를, 저이가 그의 가난을 아낀 그 절반 만큼만

아꼈더라면, 그대는 우리의 경탄을 살 만하리.

 

 

공개전

이미 오랫동안 너희는 우리를 조롱해 왔다. 노상 남몰래 음험하게,

너희가 원하는 건 쟁쟁이지, 자 이제 공공연하게 벌여라, 전쟁을!

 

 

 칸트와 그 해석자들

어떻게 단 한 명의 부자가 저 많은 거지들을 먹여 살리는지!

왕이 공사를 벌이면 수레꾼들은 할 일이 있는 것이다.

 

 

J-B

아마도 가파르리, 진리에의 길은, 오르기 미끄러우리,

그렇다고 우리 그 길을 당나귀 등에 타고 가고 싶지는 않다.

 

 

분석가

도대체 진리가 벗겨도 껍질뿐인 양파란 말인가?

그대들이 그 안에다 넣어 두지 않은 것, 그걸 꺼낼 수야 없지.

 

 

학문적 천재

시인이란 오로지 타고나는 것인가? 철학자 또한 못지않게 그러하다.

모든 진실은 궁극적으로 형성되고 주시될 뿐.

 

 

학문

어떤 이에겐 드높은 천상의 여신, 다른 이에게는

실한 암소, 버터로 그를 먹여 살린다.

 

 

가재좌

B의 가재를..... 나로부터 치워 달라! 풍성히 자라 넘치는

많은 시의 꽃들을 집게발이 싹둑싹둑 잘라 죽이고 마는구나.

 

`

처녀좌

바이마르의 사랑스러운 아가씨 앞에서는 몸을 굽히라, 합당하게

그녀 자주 토라진들 - 우미의 여신이 부리는 변덕을 뉘 용서치 않으리!

 

 

산양좌

지나쳐 가다가 늙은 베를린식 산양(山羊)이 날 보고 흠칫하는구나!

그는 싫은 것, 그래서 백성들로서는 웃을 거리가 생기는 것.

 

 

에리디누스

 

에리디누스 강가에 무서운 세탁부가 돌아다닌다.

독일어를 양잿물과 모래로 박박 씻어 내는 세탁부가!

 

 

혁명들

 

한때 루터교였던 것이 지금은 프랑스교

고요한 수양(修養)을 밀어내고 있다.

 

 

독일 민족성

 

민족을 이루기를 희망하는구나. 독일인들이여, 헛된 노릇이다.

그 대신 더 자유롭게 인간이 되는 수련을 하라. 그건 할 수 있다.

 

 

일름 강

 

나의 강둑은 빈약하다. 그러나 나직한 물결 소리 들으라.

강물이 이 둑을 지나 흘러간다. 많은 불멸의 노래가.

 

 

독자들에게

 

기분 따라, 흥 따라, 침울한 시간에, 즐거운 시간에 우리 글을 읽으라.

우릴 선한 영(靈)이 낳아 놓은 대로, 악한 영이 낳아 놓은 대로.

 

 

어떤 독자들에게

 

그대들 많은 책을 즐기지, 그 소금 처지 않은 책들, 용서하라,

이 작은 책은 소금을 너무 많이 친 채로 우리 마음에 든다.

 

 

격려

 

독일은 시에 대해선 별 질문이 없다.

너희 보잘것없는 친구들아,

시끄럽게 굴라, 무슨 일인가 하고 누구라도 창가로 올 때까지!

 

 

두 형제

 

켄타우로스들로 그들은 한때 시의 숲을 돌아다녔었다.

그러나 그 야생 족속은 후딱 개종해 버렸다.

 

 

k......

 

혹평가의 말을 들으라! 그가 미흡해하는 게 네게 득이 될 수 있다.

구해서는 결코 얻지 못할 것을 - 기뻐하라! - 자연이 네게 준 것.

 

 

포스의 <루이제>

 

그 노래에 귀 기울이는 일은 진실로 희열로 가슴 채우는 일.

가인은 고대의 가락을 본받아 이 노래를 부르는구나.

 

 

유피테르의 사슬

 

엉터리 환쟁이들 글쟁이들 죄다 그대에게 매달린다 해도,

그들이 그대를 끌어내리진 못한다. 그대가 끌어올려 주기도 힘들다.

 

 

동화

 

스무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동화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대체 다 무얼하는 거지?: 동화라니까. 친구.

 

 

언어 연구가

 

언어를 해부하겠다는 거지, 하지만 언어의 사체뿐이로구나.

정신과 생명은 사나운 해부도에 곧바로 미끄러져 나가 버렸구나.

 

 

문학 편지

 

니콜라이조차도 탁월한 작품을 썼다고? 나도 믿고 싶구나.

훌륭한 작품 속에도 때로는 상투어가 있는 법.

 

 

국어 정화주의자

 

낯선 말들 버리고 언어를 깨끗이 하느라 그대 뜻이 많구나.

어디, 말해 보게, 친구, 현학자는 우리 순수 독일어로 어떻게 되나.

 

 

이성적인 관찰

 

왜 우리는 남을 괴롭히는 걸까? 인생은 덧없이 흘러가는데.

시간이 우리를 오늘처럼 모아 주는 것은 단 한 번인데.

 

 

......에게

 

아니, 자네 내게 청하는 게 아니야! 이름 불리기만 하면,

조롱으로 듣고 싶어 하지. 그래서 자넬 아껴 두는 걸세, 친구.

 

 

가르베

 

고귀한, 고통받는 자여, 그대가 하는 인내 이야기를 듣노라면

경건한 척하는 수다쟁이들 족속들이 얼마나 미운지.

 

 

가능성

 

오류가, 초석처럼, 땅 속에 묻혀만 있으면

그 위에다 자꾸 집을 짓게 되어, 결코 드러나지 못한다.

 

 

반복

 

백 번이라도 내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천 번이라도, 오류는 오류!

가장 위대한 인물이 범한 것이든, 가장 왜소한 인물이 범한 것이든.

 

 

누가 믿는가?

 

"뉴턴이 오류를 범했는가?" 그렇다, 두세 배로! "도대체 어떻게"

그건 이미 오래전에 책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읽지 않는다.

 

 

희망

 

너희에 맞선 증언을 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너희는 명예를 빼앗았다.

그러나 순교자에게는 후에 명예가 두 배로 돌아올 것이다.

 

 

뷘쉬의 최신 색채이론

 

주홍과 초록이 노랑을 만들고, 초록과 보라가 파랑을 만든다니!

그렇다면 식초는 정말로 식초 넣은 오이 샐러드에서 나오겠구나!

 

 

자연 연구가와 선험적 철학자들

 

그대들 사이에 적의가 있다니, 동맹은 아직 너무 이르겠다.

추구하는 바 안에서 서로 갈라질 때, 비로소 진리가 인식된다.

 

 

성공한 동맹 결성자들에게

 

누구나 혼자서 가고 있으면 타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둘이 똑바로 가기만 하면, 둘은 분명 서로 만나게 된다.

 

 

충실한 거울

 

맑은 개울아, 너 조약돌을 일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눈에 가깝게

해 주는구가, 그렇게 나도 세계를 본다...... 네가 묘사하면.

 

 

 

니콜라이

 

 니콜라이는 여태도 여행 중, 아직 오래도록 여행하겠지.

하지만 이성의 나라가 가는 길만을 결코 찾아내지 못하리.

 

 

중요한 사람

 

자기가 살고 있는 세기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한다, 말한다,

또다시 크게 말한다, 말했다 그리고 가 버린다.

 

 

철학적 심술퉁이

 

심술통! 하고 화가 나 우리 숲에 대고 니켈 선생이 외치면

꼬올통! 하고 즐겁게 숲에서 울려 나온다.

 

 

유행 철학

 

더없이 우스꽝스러운 자여, 늘 새롭게 인간적 정신이 진지하게

교양을 얻기 위해 애쓰면, 그대는 그걸 유행이라 부르는구나.

 

 

수렵 배낭

 

무언가 꿈틀만 하면, 사냥꾼은 재깍 쏜다. 그의 눈에는 모든 생물이,

살아만 있으면, 다만 배낭에 털컥 집어넣도록 만들어진 것.

 

 

다양한 조련

 

귀족주의적 개는, 거지를 보고 으르렁거리고, 진짜

민주주의적 스피츠는 비단 양말을 향해 짖는다.

 

 

트릭

 

저널의 익명으로만 쓰면야, 입에 게거품 물고 자신의 음악을

찬양할 수 있겠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애국자

 

사방에서 헌법이 이루어지기를, 그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하나 너희 수다쟁이들이 우리가 정신 차리게끔 돕진 못하지.

 

 

가장 중요한 일

 

누구든 가진 자는 자기가 가진 것이, 통치자는 법 감각이 중요하다!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대들 - 두 가지를 다 마련해 주진 못한다.

 

 

꿀벌 통인 알마나하

 

달콤한 꿀을 친구에게 주라, 그러나 어쭙잖게 속물이

다가오거든, 침(針) 달린 떼여, 그 귓전에서 왱왱거리라!

 

 

1976년 쉴러의 알마나하

 

그대는 우리를 이상까지 드높혔다가는 우리를 도로

자연으로 추락시킨다. 우리가 그래 줘서 고맙다고 하리라 믿는가?

 

 

<호렌> 첫 호

 

몇몇은 지나치게 엄숙하게 거닐고, 또 몇몇은 홱홱 활보하고 있네.

독자들과 보조를 맞추는 이 얼마 없구나.

 

 

독인인들의 판테온 신전, 제 1권

 

독일의 가장 위대한 이들 또 가장 왜소한 이들이 여기 모였구나.

전자는 소재를 주고 후자는 책의 어휘를 준다.

 

 

<여우 라이네케>

 

수백 년 전에 한 시인이 이런 걸 노래 불렀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소재란 어제의 것이 또 오늘의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