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있을 때, 주를 찬양하여 감사한 삶이 되시길(샬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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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프로시네(Euphrosyne)

샬롬이 2013. 7. 4. 21:58

 

 

 

 

 

*에우프로시네(Euphrosyne)

 

 

 

/괴테(Goethe)

 

 

*Euphrosyne. 그리스어로'쾌활(Frohsinn)'이란 뜻으로

'Aglaia(광채), 'Thalia(행복)'와 더불어 세 명의 '우미의 여신' 중 하나.

이 시는 괴테가 스위스를 여행하던 중, 당대 바이마르의 젊고 재능 있는

여배우 크리스티아네 베커(Christiane Becker)의 요절 소식을 듣고 썼다.

이 어린 여배우가 맡았던 마지막 역 하나가 에우프로시네 역이었다.

시인에 의해 불려 나온 에우프로시네의 환영(幻影)의 긴 극적 독백이 이 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가장 높은 산맥의 얼음 덮인 험준한 봉오리들에서도

떠나는 해의 진홍빛과 광채는 사라진다.

밤이 골짜기와 나그네의 오솔길을 덮은 지는 벌써 오래이다.

표효하는 강가에서 오두막으로 가고 싶은 이

일과의 목표로, 고요한 양치기 집으로 가고 싶은 이

그리고 여행하는 자의 아리따운 동무, 신성한 잠이

기분 좋게 앞서 서둘러 온다. 잠은 오늘도

축복하여 내 머리에 신성한 양귀비로 관 씌워 주기를!

그런데 저기 바위에서 반짝이며 불빛을 보내 주는 게 무얼까

거품 이는 강물의 물안개를 저리 아리땁게 밝히는가?

보이지 않게 갈라진 틈과 절벽을 뚫고 햇빛이 비치는 것인가?

저기서 일렁이는 것은 지상의 광채가 아닌 까닭이다.

더 가깝게 구름이 밀려온다. 불타듯 빛난다. 나는 기적에 놀란다!

저 장빗빛 빛줄기는 흔들린 형상이 아닌가?

어느 여신이 나에게로 다가오는가? 뮤즈의 여신들 중 누가

무서운 절벽 속에서도 변함없는 친구를 찾는가?
아름다운 여신이여!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라.

그리고 사라지면서 감격한 뜻을,

감동한 마음을 속이지 말라!

필멸의 인간 앞에서 그래도 된다면, 그대의

신적인 이름을 이르라. 싫거든 나를 번쩍 들어올려 다오.

그대가 제우스의 영원한 딸들 중 누구인지 내가 느껴 보도록,

시인이 즉시 그대를 노래 가운데서 합당하게 찬양하도록,

"좋은 분이시여, 이젠 나를 몰라보시나요? 이 모습이 그대에게,

여느 때 사랑하시던 모습이 어느새 낯선 형상으로 느껴지나요?

나 이제 비록 지상의 사람은 아니지만, 슬퍼하며 떠났지요.

전율하는 정신은 젊음의 즐거운 향락을 일찍.

하지만 희망했지요, 내 모습이 친구의 기억 속에 선명히

적혀 있기를, 사랑으로 아름답게 거룩해져 있기를.

그래요, 흔들린 그대 시선이 벌써 말해 주네요, 눈물이 말해 주네요

에우프로시네, 그녀를 친구는 아직 잊지 않았노라고.

보세요, 떠나는 사람이 숲과 무서운 산을 지나가요.

방랑하는 분을, 아! 먼 곳에서 아직 찾아가고 있어요.

선생님을, 친구를, 아버지를 찾아요, 다시 한 번

돌아보아요, 지상의 기쁨들의 무대를.

어린아이였던 저를 당신이 매력적인 뮤즈들의

저 기만하는 예술의 유히에 바쳤던 저 나날을 생각하게 하세요.

그 시간을, 작은 정황 하나하나를 추억게 해 주세요.

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 누군들 불러내고 싶지 않겠어요!

가장 가벼운 현세의 나날의 저 감미로운 밀려듦,

아, 이토록 서둘러 가 버리는 가치를 누가 충분히 평가하겠어요!

이젠 보이는 모습 작아요, 하지만 아! 느끼는 가슴에게 보잘것없지는 않지요.

사랑은, 예술은 그 어떤 작은 것도 위대하게 만드는 법.

무대 위에서, 당신이 저를 보다 높은 예술의

보다 진지한 단계로 인도하던 시간이 아직도 생각나시겠지요?

전 소년 같았죠, 감동하는 아이 같았죠, 한데 그대는 저를 아더 왕이라며

제 마음속에서 영국 시인의 모습을 되살려 놓았었지요.

무시무시한 뜨거움으로써 가엾은 눈을 위협하고

눈물 흐르는 시선조차도, 내밀하게 바꾸어 속여, 돌려놓았지요.

아! 저기서 당신이 그 아름답고, 슬픈 인생 하나를 지켜 주었었는데.

소년에게서 대담무쌍한 도피를 마침내 빼앗아 가는 슬픈 인생을.

망가져 버린 자, 나를 당신은 붙잡아, 안아 옮겨 주었지요.

하여 나는 오래도록, 당신 가슴에 안겨, 죽은 척했지요.

마침내 내가 눈을 뜨고 당신을 보았죠, 진지하고

고요한 성찰에 잠겨, 사랑한 젊은이 위로 몸을 숙이고 있는 모습.

어린이처럼 저는 일어나려 애쓰며 당신 두 손에 감사하며 입 맞추고

티 없는 마음으로 입 맞추러 당신 멋진 입에 이르렀지요.

물었지요, 왜, 아버지, 이렇게 진지하십니까? 제가 잘못했는데

오! 그렇게 보여 주세요, 어떻게 하면 제가 더 잘할 수 있는지!

당신 곁에서는 어떤 수고도 힘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무엇이든 참 좋아라 되풀이합니다.

당신이 저를 인도하시고 가르치시면,

러나 당신은 저를 힘 있게 잡아서 더 단단히 꼭 안았고.

제 가슴 깊은 곳에서 전율이 입니다.

아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야! 당신은 외쳤죠, 무엇이든,

모든 걸 오늘 네가 보여 준 대로만 내일도 온 도시에 보여 주라.

모두를 감동시키라, 나를 감동시켰듯, 그러면 갈채가 일리

가장 메마른 눈에서도 찬란한 눈물이 네게로 흘러내리리.

그리고 당신은 좀 깊이 숙여 내게, 그대를 품에 안은 친구에게 와 닿았어요.

예전의 시신들의 빛조차도 놀래던 그이죠.

아, 자연이여, 얼마나 뚜렷하고 위대하게 만물 가운데 그대는 나타나는가!

하늘과 땅이 영원하고 확고한 법칙을 따른다.

세월에 세월이 이어지고 봄에게는 여름이,

풍성한 가을에는 친밀하게 겨울이 손을 내민다.

바위들은 터 잡고 서 있다. 영원한 물이 쏟아져 내린다.

물안개 서린 절벽에서 거품 일며 포효하며.

전나무들 저렇게 계속 푸르르르고, 잎 잃은 덤불 나무들조차도

겨울에 벌써 가지에는 남모르는 꽃봉오리들을 품고 있다.

만물이 법칙에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지만 인간의

 삶, 그 귀한 보물을 위에서 감도는 것은 흔들리는 운명.

활짝 꽃피는 자에게, 그의 탁월한 아들에게,

떠나는 아버지는 기꺼이 고개 끄덕인다. 다정하게 무덤 가에서

더 젊은 사람이 늘, 더 늙은 사람의 눈을 감겨 주어 그 눈이

선선히 닫히는 게 아니다. 더 약한 자의 눈을 힘들여 감겨 줄 뿐.

자주, 아! 운명은 나날의 질서를 뒤집느니

노인이 자식과 손자들을 잃고 헛되고 무력하게 탄식한다.

훼손된 등걸은 서 있고 짓부서진 가지

옆으로는 온 사방 퍼붓는 우박

그런, 깊은 성찰이 내 마음을 오갓다 사랑하는 아이야

네가, 일그러져 시신이 되어, 내 두 팔에 매달려 있었을 때.

그러나 이제 나는 청춘의 광채에 싸인 네 모습을 보련다.

많은 사랑받은 사람이, 가슴에서 다시 살아난 모습을.

즐겁게 뛰어 가거라, 몸을 숨긴 소년아! 소녀는

세상이 기쁘게도, 내가 황홀하게도, 자라난다.

늘 그렇게 계속 노력하라. 그리고 천부의 재능 있으니

상승하는 삶의 어느 발걸음에서든, 예술을 빚으라.

오래도록 즐거움이어라, 내 눈이 감기기 전에

네 아름다운 재능이 행복하게 완성 된 것을 보기를 바라노라 ---

그렇게 당신은 말했고 그 의미심장한 시각을 난 결코 잊지 못했어요.

그 고아한 대사를 풀이해 보며 제 자신을 키웠지요.

오 저도 얼마나 그런 감동시키는 연설을 하고 싶었는지요.

당신이, 충만한 내용이건만, 어린 입에다 믿고 맡긴 그런 연설을.

오 당신 눈에 나를 비춰보며 나 얼마나 수양했는지, 또

놀란 청중의 깊은 혼잡 속에서 얼마나 당신을 찾았는지요!

당신 이제 거기 있겠군요, 멈추어 있겠군요, 하지만 결코 다시

당신 시선을 즐겁게 하러, 에우프로시네가 걸어 나오지 않아요.

당신 이제는 듣지 못해요, 커 가는 제자의 소리들을

고통스러우리만치 일찍, 그렇게 일찍 당신이 조율한 그 소리들.

다른 사람들이 오고 또 가겠지요, 다른 사람들이 당신 마음에 들겠지요.

위대한 재능에게조차 더 큰 재는이 따라오는 법.

그러나 그대,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언젠가 한 여인이

어지러운 일 가운데서도 명랑하게 그대를 향해 올 때면,

그대의 눈짓에 따를 때면, 그대의 미소에서 기뻐할 때면,

그대가 정해 준 자리에서 마음에 들어 하면,

그들이 수고도 노력도 아끼지 않으면, 힘껏

무덤 문 앞까지조차도, 즐거운 희생물을 가져가면---

선한 이여! 그러면 그대 나를 생각하고, 나중에라도 외쳐 주세요.

에우프로시네, 그녀가 내 앞에 다시 부활했다고!

할 말은 더 많지만 아! 한번 떠난 사람은 마음대로

머물지 못해요. 나를 엄격하게 인도하는 건 명령하는 신.

안녕히! 벌써 나는 그곳으로 당겨 가네요 흔들리며 바빠.

소망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다정하게 허락해 주세요.

저로 하여금 칭송받지 않고 명부로 내려가게 하지는 마세요!

뮤즈만이 죽음에도 약간의 생명을 주거든요.

페르세포네의 나라로 한번 가 버리면 형체없이

무더기로, 그림자들이 이름과 덜어져 떠돌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인이 칭송해 준자, 그는 형상을 지니고 거닙니다.

하나 하나씩, 모든 영웅들의 합창대에 어울리죠.

즐겁게 나는 들어섭니다. 그대 노래의 울림을 받으며,

그러면 여신의 눈이 호의롭게 제게 머물죠.

그러고는 그녀 온화하게 나를 맞이하고 내 이름을 부릅니다.

드놓은 여성들 주에서 가장 정절 있는 이, 페넬로페이아가 내게 말을 건넵니다.

사랑받는 낭군에 기대어, 에우아드네도, 그 다음에는

더 젊은 이들이 다가옵니다. 너무 일찍 지하로 내려 보내진 이들이죠.

그들은 저와 더불어 우리들의 비천한 운명을 탄식합니다.

영혼들 중 가장 누이다운 영혼, 안티고네가 오면

그리 시누인 채 죽어서 죽어서도 우울한 폴릭세나가 오면,

나는 자매로서 그녀들을 바라보고 기품 있게 그네들에게로 다가섭니다.

그들이 비극적 예술의 아리따운 피조물이기에.

그렇지만 저 또한 한 시인이 빚었죠! 시인의 노래가

그래요, 그 노래가 삶이 제게 주지 못한 것을 완성해 줍니다."

그렇게 그녀가 말했다 . 사랑스런 입은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

더 이야기하려고, 웅웅거릴 뿐, 소리가 되어 나오진 못한다.

둥둥 떠도는, 늘 흐르는 진홍빛 구름에서

찬란한 신 헤르메스가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온화하게 그가 지팡이를 쳐들며 가리킨다. 내 앞에서

커지는 구름이, 행렬 지어, 두 모습이 뭉게뭉게 솟으며 얽힌다.

내 주위에는 더 깊게 어둠이 깔려 있다. 떨어지는 물은

이제 미끄러운 오솔길 곁에서 더 세차게 포효한다.

제압할 수 없는 슬픔이 나를 엄습한다. 힘을 빼는 비통,

이끼 낀 바위는 맥없이 주저앉는 자를 오로지 추락시킬 뿐.

비애가 가슴의 현(絃)들을 뜯는다. 밤의 눈물

흐른다, 그리고 숲 너머 아침이 스스로를 알려 온다.